롯데케미칼이 실적 악화로 발생한 회사채 특약 위반 상황을 채권단과 협의해 해소했다. 롯데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설정하며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19일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공모 회사채에 대한 실적 관련 재무특약 조정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상은 사채관리 계약상 유지해야 하는 재무비율 조건 중 ‘3개년 누적 이자비용 대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비율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삭제하는 게 핵심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건에 대해 약 2조원 규모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채권자는 EOD가 발생하면 만기 이전에 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1일 사채권자 집회를 공고한 이후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하며 설득에 나섰다. 특히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회사채 담보로 제공하며 신용을 보강, 채권자의 신뢰를 얻어 집회 전 90% 이상의 채권자가 서면 혹은 구두로 특약 삭제 동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 채권자가 가장 많이 요구했던 것이 신용 보강이었다"며 "은행권과 금융권 신용 보강이 이뤄졌기 때문에 거의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집 현장에서 채권자들의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성 CFO는 당장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해서도 상환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사전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내년 상환은 문제가 없다"며 "내년에는 부채 비율이 개별 기준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PRS를 활용해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법인인 LCLA 지분 40%를 활용해 메리츠증권과 6600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법인 LCI 지분을 활용해 약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LCI는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주최 법인으로, 내년 에틸렌 100만t 규모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투자 속도 조절 등을 통해 현금흐름 개선 및 투자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죈다.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에 따라 저효율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비핵심 사업 매각을 지속해서 추진할 방침이다. 성 CFO는 "투자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EBITDA를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부분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을 청산하는 등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원가 절감을 위해 여수 및 대산 사업장을 대상으로 운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