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지속된 수입맥주 시장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진 가운데 일본맥주만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맥주는 과거 불매운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품질과 마케팅을 무기로 내세워 지난해 되찾은 선두자리를 공고히 다졌다.
1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맥주 수입액은 10월 기준 5604만4000달러(약 79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210만5000달러)보다 3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량 역시 6만9784t으로 전년(5만498t) 대비 38.2% 늘었다.
기존 수입 주류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맥주는 주종의 다양화 물결 속에 수년째 영향력이 서서히 축소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맥주는 홈술·혼술 열풍이 정점을 이뤘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했고, 올해 수입액 역시 10월까지 1억7549만달러(약 2490억원)에 그치는 등 전년 동기(1억8716만달러)보다 6.2% 감소했다. 다만 일본맥주는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일본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달러(약 1110억원)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2020년 567만달러(약 80억원)까지 감소하며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불매운동이 시들해지며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해 5552만달러(약 790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8개월 만에 지난해 수입량을 뛰어넘는 등 과거의 영광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2018년 이후 최대 수입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맥주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배경은 맥주라는 주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위스키 등 고도수의 증류주가 사실상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제한이 없는 것과 비교해 알코올 도수가 5도(%) 안팎인 맥주는 보관 방법에 따라 부패의 우려가 있어 품질유지기한을 토대로 판매 등 유통과정을 관리한다.
품질유지기한은 보통 1년 이내로 설정되며 되도록 빨리 소비할수록 맛이 좋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제조 이후 국내 유통까지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은 일본맥주는 오랜 시간 적도 등을 거쳐 수입되는 유럽산 맥주 등과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맥주의 품질과 적극적인 마케팅도 최근 일본맥주의 상승세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일본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맥주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삿포로 맥주는 올해 들어 당질과 퓨린 성분의 함량을 동시에 70% 줄인 '삿포로 생맥주 70'을 출시하며, TV 광고까지 진행했다.
이달 들어서도 겨울 한정판 맥주 '삿포로 겨울이야기'를 선보이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을 앞세워 일본맥주의 귀환을 주도한 롯데아사히주류도 생맥주캔 시리즈 2탄으로 '아사히 쇼쿠사이'를 정식 출시하고, '아사히 수퍼드라이'와 '오리온 더 드래프트'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일본맥주가 불매 운동으로 외면당할 때 반사이익을 누리며 선두에 올랐던 중국맥주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부진이 이어졌다. 올해 중국맥주 수입액은 1582만달러(약 220억원)로 전년 동기(2921만달러) 대비 45.8% 축소되는 등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중국맥주는 대표 맥주 중 하나인 ‘칭따오’의 산둥성 공장에서 발생한 일명 소변 테러 악재 속에 고꾸라졌고, 올해도 이전의 위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올해 수입맥주 원산지를 살펴보면 '하이네켄'의 원산지인 네덜란드가 수입액 2461만달러로 일본의 뒤를 이었고, 미국이 1953만달러로 3위에 올랐다. 대다수 국가의 수입액이 축소된 가운데 미국은 전년(1367만달러) 대비 42.8% 수입액이 증가해 중국맥주의 빈자리를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폴란드(999만달러), 체코(983만달러), 아일랜드(981만달러), 독일(880만달러), 베트남(553만달러), 벨기에(247만달러)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구은모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