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뉴 50년']①'두뇌 조직' 손질하고 '초격차' 회복 꿈꾸는 '뉴 50년'…"판을 흔들어라"

 

[삼성 반도체 '뉴 50년']①'두뇌 조직' 손질하고 '초격차' 회복 꿈꾸는 '뉴 50년'…"판을 흔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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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6일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조용히 맞이했다.
별도의 공식 행사를 열거나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메시지 역시 발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적 부진과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 약화로 제기된 ‘반도체 위기론’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축하보다는 위기 극복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0주년 행사보단 앞으로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가지 중대한 결정을 통해 미래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사조치와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삼성글로벌리서치(구 삼성경제연구소),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전략실 등 핵심 전략 조직을 정비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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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에서 비롯된 ‘두뇌’ 진용 재편

삼성전자가 뉴 50년을 향한 여정을 본격적으로 밝힌 건 지난달 말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2심 결심 공판에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에 많은 시간을 자책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위기 속에서도 변화와 도약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두뇌 조직’의 재편에 집중하며 본격적인 변화에 나섰다.
특히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 인사들이 다시금 핵심 자리에 배치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으로 최윤호 사장이 선임됐고, 박학규 사장은 사업지원TF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DS(반도체)부문 경영전략담당에는 김용관 사장이,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에는 박순철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과거 삼성전자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미전실 출신이다.
회사는 이들의 경험과 통찰이 새로운 사업과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DS부문에 AI 센터를 신설하며 인공지능(AI) 관련 역량을 강화했다.
신임 센터장으로는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이런 조직 개편은 현재의 위기가 단순히 생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투자와 사업 판단의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뒤처진 게 큰 교훈이 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HBM에 과감한 투자를 주저했던 결과가 경쟁사들에 뒤처지게 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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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새 ‘반도체인 신조’ 발표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9월부터 새로운 ‘반도체인의 신조’를 만들기 위해 좋은 문구를 사내 구성원들로부터 공모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1983년부터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등 행동다짐 10개로 구성된 ‘반도체인의 신조’를 만들어 직원들이 따르도록 하고 있다.
현재 공모중인 삼성전자의 새로운 ‘반도체인의 신조’는 이르면 내년 1월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진정한 ‘뉴 50년’을 맞이하기 위해 ‘정신 무장’도 중요하지만 ‘혁신적인 도전’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최근 한 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새로운 모델이 나오도록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판을 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반도체 생태계는 모델-반도체-메모리-패키징-소프트웨어(SW)가 한 묶음으로 움직이고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는데, 이를 과감한 도전으로 흔들어봐야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특히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M&A 검토와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2017년 전장·오디오 사업을 하는 하만인터내셔널을 9조6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삼성전자 M&A 시계는 멈춰 있다.
반도체 사업의 위기와 문제점들이 보다 명확해진 만큼 이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R&D에는 계속 힘을 싣는다.
올해 3분기 R&D 비용 집행규모는 8조87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기흥캠퍼스에 새로운 R&D 단지 ‘NRD-K’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은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전진 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냥 ‘하면 된다’는 식의 구시대적인 발상으론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시대 아닌가"라며 "앞으로는 정확하고 기민한 판단 아래 용감하게 부딪히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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