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령 사태에 긴장하고 있다. 계엄 선포 6시간만에 해제됐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은 4일 사장단회의를 긴급 소집해 현황을 점검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좌장으로 나서 재계·투자자와 진행하려 했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도 열리지 않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오전 7시30분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는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SK도 이날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계엄령이 해제돼 회의 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수뇌부가 모여 파장을 점검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은 간밤 당직자들이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현대차, LG그룹을 비롯해 포스코, 두산, 대한항공 등은 별도의 경영진 회의를 열지 않았다. 다만 대한항공은 야간 운항편 안전 운항을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4시간 운영 체제로 실시간 상황에 따라 비상대응 체재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국회의사당과 불과 1.6㎞ 떨어져 있어 본사 근무자들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공항도 비상대응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경영진들을 소집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긴급 회의에 올라온 주요 의제는 환율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환율은 달러당 1430원으로 급등했다. 재계에 따르면 간밤에 수출입 기업에는 해외 파트너사들의 계약 관련 문의 사항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조의 파업 가능성도 점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8시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 9시 수도권 조합원 광화문 광장 집결 등을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등 경제 지표와 민주노총 총파업 등 파급효과 모니터링 중"이라며 "수출입 기업에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많은 문의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계약 해지 등 극단적 상황은 아니고 계약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인지에 대한 문의 차원에서 바이어들이 연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기로 한 재계·투자자와의 상법 개정안 토론을 전격 취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국회 본회의 이외 다른 활동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생산, 물류,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해외 바이어 등과의 소통을 통해 안정과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email protected] 김형민 기자 [email protected] 정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이민우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