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24년 ‘우수과학자포상’ 시상식이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2024년 한해를 되돌아보며 탁월한 연구 성과와 열정으로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격려하는 이번 행사에서 17명의 우수 과학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과학자포상’은 1987년 시작돼 대한민국 과학 기술 발전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 과거 수상자 중 일부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며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과거 수상자인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와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는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로 주목받으며 대한민국 과학 기술의 위상을 높인 경우다. 이번 시상식에서 발굴한 연구자들도 대한민국 과학 기술의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과학상’과 ‘공학상’ ‘젊은과학자상’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연구자들이 연단에 올라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업적에 대해 상으로 인정받았다.
‘한국과학상’ 을 받은 4명의 수상자는 의료, 소재, 신약, 공학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냈다. 윤주영 이화여대 교수는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광치료제를 개발해 국내 암 치료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었다. 윤 교수는 치료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해 암 치료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는 신경 오르가노이드를 이용한 인간발달연구 및 신약 개발 활용기술 개발이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 인간 만능 줄기세포를 활용한 미니 척수 제작기법으로 신경관 결손 등 난치성 질환 연구에 기여하며, 신경 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조형희 연세대 교수는 발전과 첨단 항공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첨단 가스터빈 엔진 국산화를 주도하며 에너지 산업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덩어리 금속을 단일 원자 촉매로 연마하는 기계 화학적 기술을 개발했다. 단일 원자 촉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촉매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평가다.
‘젊은과학자상’은 한국 과학의 미래를 짊어질 신진 학자의 산실이다. 강정수 서울대 교수는 고전 역학과 해밀턴 역학의 융합 연구로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며 물리학과 수학 간 융합 연구를 선도했다. 이승주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자 중력 이론의 보편적 제약 조건을 규명하며 이론 물리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최창혁 포항공대 교수는 전기화학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며, 단원자 촉매와 양이온 효과와 같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김유식 카이스트 교수는 이중가닥 RNA(dsRNA)의 역할과 제어 기전을 밝혀 퇴행성 관절염 및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 기여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중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는 초박막 메타렌즈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해 광학 기술의 대중화와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김창석 부산대 교수는 악천후 속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라이다 기술을 개발하며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성중 서울대 교수는 신경교세포의 뇌 기능 조절 기전을 밝혀 정서장애 및 사회성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박문정 포항공대 교수는 고분자 상전이 연구로 나노구조체 안정화 방법론을 정립하며 화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정일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은 물 공급 소외 지역을 위한 샌드댐 기술을 개발해 지역 사회에 기여했고, 김범준 포항공대 교수는 양자 스핀 네마틱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양자 기술 발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물질은 대부분 고체, 액체, 기체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하지만 제4의 상 ‘네마틱’은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스핀 네마틱은 양자 기술, 고온 초전도체 등에 응용될 수 있으며 김 교수의 연구를 통해 국가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수학 분야 우수 학자에 대해 시상하는 ‘올해의 최석정상’ 에는 3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신진우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컴퓨터 시스템 성능 분석에서의 수학적 기여로 주목받았다. 하승열 서울대 교수는 복잡계 물리학의 군집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며 관련 연구를 선도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과학자는 아닌 기업인도 시상의 영예를 안았다. 마지막 최석정상의 주인공인 이기형 카오스 재단 이사장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 창업자로 잘 알려진 이 이사장은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한 과학도에서 과학인으로 거듭난 것을 이번 시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인터파크 상거래 부분을 매각한 후 바이오 투자 기업인 그래디언트로 탈바꿈시켰다. 상거래 분야가 축소되고 바이오 분야가 급성장하는 산업 구도의 변화를 예상한 선도적인 행보였다. 그는 카오스재단을 설립해 과학 강연의 대중화, 특히 수학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이번 최석정상을 받은 이유다. 이 이사장을 수상자로 추천한 곳도 대한수학회였다.
이 이사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이날 행사에 끝까지 참석하고 수상소감을 통해 "더 많은 과학자들이 강연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한 후 서둘러 행사장을 떠났다. 박종일 대한수학회장은 "이 이사장이 어렵게 시간을 내 수상을 위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 수상자들의 헌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줄 초석이 됐다"며 "이들의 성과가 후배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과학기술 인재들에게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